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하이라이트
- 좋아하는 걸 하고, 좋아하는 사람을 두고
- 요즘 찬란한 봄꽃 그늘에 주눅이 든다. 나무 잔가지에 연둣빛 물이 들고, 여리디여린 잎들이 살겠다고 초록을 향해 아우성쳐대는 듯 생명의 가장 찬란한 정점을 목표로 하루하루가 다르다. 한데 나는 예전 같지 않게 아둔하고 느릿느릿하게, 찬란한 정점과는 다른 어떤 지점을 향하고 있다. 마치 가을 단풍이 든 것 같다.
- 제 꿈을 접고 참고 희생하면서 아이를 낳고 길러봐야 어른이 된다는데…. 우리는 성큼 어른이 되지 못한 채 비교적 자기 안의 목소리를 많이 내놓고 살아간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.
- 여러 사람 다 쓸데없다는 것을, 결국 한두 사람이면 족한데, 허전하다고 줄줄이 얽힌 실타래처럼 많은 사람들을 가까이 할 필요는 없었다.
- 오랫동안 알고 지냈지만 바다 위 반짝이는 윤슬같이 가벼운 대화로 깔깔거릴 수 있는 친구가 있고, 알고 지낸 시간은 짧아도 마음속 깉은 얘기를 거리낌 없이 나눌 수 있는 친구도 있다.
- 모두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소중한 사람들. 더 챙기고 아껴주며 살 작정이다.
- 물에 빠져 목까지 물이 차올라 깔딱 하고 죽게 되었을 떄 내게 손 내밀어줄 사람이 있을까? 이럴 때 생각나는 두 사람이 있다. 내가 흔들릴 때마다 손가락질하거나, 옳다 그르다 판단하지 않고 조용히 지켜 보아준 오래 묵은 사이이다.
- “여행 다녀. 신이 인간을 하찮게 비웃는 빌미가 바로 사람의 계획이라잖아. 계획 세우지 말고 그냥 살아.”
- 옆에서 자분자분 얘기 걸어주고 말대꾸해주는 말동무가 있는 게 나이 들면 제일 중요하고 소통 가능한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산단다. 그런데 엄마는 자식들이 허구한 날 바쁘고 저녁에야 들어오니 종일 무엇을 하고 계셨을까. 하루하루가 적막했겠다.
- 가만히 보면 눈물도 여러 가지다. 슬프지 않은데도 눈물이 마냥 흐를 수 있고, 기뻐도 울 수 있고, 스스로 기특하고 대견한 나머지 울 수도 있다.
- 객석과 따로 놀지 않고 아래로 내려가 눈높이를 맞추는 마음으로, 노래가 가슴을 울리며 계속 메아리칠 수 있다면…. 그게 바로 노래가 가진 힘일 것이다.
- 그들의 방식에 가까이 다가서는 건 분명 신선한 경험이며 새로운 기분이 든다.
- 별나게 겪은 그 괴로웠던 시간들이 내가 세상을 보는 시선에 보탬을 주면 주었지 빼앗아간 건 없었다. 경험은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. 따지고 보면 ‘결핍’이 가장 힘을 주는 에너지였다. 이왕이면 깊게, 남과는 다른 굴절을 만들며 세상을 보고 싶다.
- 어떤 나이든 간에 죽음 앞에서는 모두 절정이라치면, 그래, 지금이 내 삶의 절정이고 꽃이다. 인생의 꽃이 다 피고 또 지고 난 후라 더 이상 꽃구경은 없는 줄 알았다. 그런데 생각을 바꾸니 지금이 가장 찬란한 때구나.
- 어쩌면 끝내 철이 안 드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. 어린 시절부터 솔직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욕구를 억제하면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, 눌렀던 용수철이 반동으로 더 튕겨져 올라오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. 작은 일부터 표현을 하는 연습을 하고 어린 아이처럼 자신을 자주 드러내는게 정신 건강에는 좋을 것이다.
- 털어내면 아무것도 아닌 상처, 비슷한 아픔 앞에 서면 차라리 가벼울 수도 있는데…. 상처는 내 보이면 더 이상 아픔이 아니다. 또 비슷한 상처들끼리는 서로 껴안아줄 수 있으니까, 얘기 끝에 서로의 상처를 상쇄시킬 수도 있다.같은 값을 지워 나가듯 그렇게 상처도 아문다.
- 나는 내가 가진 상처 덕분에 남의 상처를 알아볼 수 있다. 그러한 눈과 마음이 있는 게 꼭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.
- 보이지 않는 파장이 서로를 연대시키며 거대한 어깨동무를 만들어낸다. 그것이 세상을 묶어주는 띠가 되어 기댈 곳 없는 마음을 잡아주기도 한다.
- 위로라는 말은 좀 버겁다. 가끔 누군가의 위로가 필요한 내가 누구를 위로할 수 있을까.
- 세상엔 내 힘으로 도저히 해결 못 하는 일도 있지 않은가. 그럴 땐 완전히 밑바닥까지 내려가 하늘을 볼 일이다. 도리가 없다. 희망도 없고, 나아질 기미가 통 보이질 않아도 버티고 살아남아야 한다. 스스로 딛고 일어나기 힘들다면 자신을 붙잡아줄 누군가의 손을 꼭 잡길 바란다. 내 편을 들어줄 한 사람만 있어도 살 힘이 생긴다. 곁에서 고개 끄덕이며 얘기를 들어줄 사람,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. 길 가다 모르는 할머니가 건네는 웃음, 사탕 하나에도 ‘살아 봐야겠다’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인생이리라. 넘어졌을 때 챙겨주는 작은 손길에도 어두운 감정들은 금세 사라진다.
- 생명에 관여한다는 것에는 책임과 의무가 따르기에 함부로 손을 내미는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. 하지만 불쌍하고 여린 생명을 보고 모른 척할 수도 없으니, 이래저래 난감하다.
- 여행은 사실 떠나는 순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. 왜 편한 집 놔두고 고생길에 또 나섰을까. 그럼에도 떠나는 이유를 말해보라면 나는 ‘짐을 챙기는 시간이 좋아서’라고 대답하겠다. “이건 필요 없으니 빼자” “이건 꼭 챙겨야겠네”하면서 이것저것 물건을 고르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다.
- 가끔 틀을 내어 어렵게 여행을 떠나게 되면 그때 마다 같은 생각을 한다. 늘 떠날 듯이 산다는 것은 얼마나 귀한 일인가. 배낭 하나만큼만 짐을 쌀 줄 아는 마음, 다른 것에는 이련을 두지 않는 마음… 그때 그때 만나는 산과 강과 사람을 고마워하고, 돌아서면 또 다른 산과 강과 사람을 만날 준비를 하는 마음…. 낯선 곳을 찾아다니지 않더라도 늘 낯선 곳에 있는 듯 자유로운 마음, 선선한 눈빛으로 자기를 돌아볼 줄 아는 마음… 잔가지에 얽매이지 않고 중심의 본 줄기를 찾는 마음.
- 서로 다른 가족사를 업고 두 사람이 만나 울타리를 엮어 일가를 이루는 결혼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? 믿음? 상대방에 대한 존중? 서로에게 늘 새로움으로 대하는 것? 뭐니 뭐니 해도 역시 인내가 가장 중요하다고요? 또는 어디에도 없는 편안함? 사람마다 중요한 게 다르지요.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서로를 채워주는 것이 좋은가, 글쎄….. 이 문제는 우리가 평생 이리도 해보고 저리도 해보고 나서도 어떤 것이 최고더라고 말할 수 있는게 아니니까, 딱히 결론을 내릴 수가 없네요.
- 우리가 평생 함께 살아간다는 약속을 지키면서 궂은일도 마음 열고 봐주고,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게 제일 필요한 일일 거예요. 내 식대로 사람을 고치려 들지 마세요. 평생의 반려자는 하늘이 주신다고 합니다. 혼자 살 때도 그럭저럭 괜찮았다면 둘이 합쳐 살면서 두 배 넘게 좋아야겠지요.
- 가끔은 한걸음 뒤처져서 주변을 구경하고 어슬렁거리며 걷고 싶었다. 정말 그렇게 경험하고 싶었다. 왜 못 하는가? 차 시간 때문에? 정말로 시간이 안 나서? 사람들 틈에서 구경거리가 되기 싫어서? 하고 싶으면 그냥, 거칠 것 없이 하면 된다는 사실을 나는 쉰일곱 살이 넘어서야 제대로 알게 되었다.
- 환상이 사라져도 실제 사람은 매 순간을 살아낸다. 그게 중요하다.
“그러라 그래”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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